일상의 도움말

알콩달콩 시쓰기 한마당 1편

뇽키 2024. 6. 25. 23:25


돌아가시기 한해 전까지는 어려움을 모를정도로 맑은 정신을 가지셨던 아부지
건강이 악화되신 뒤로는 하는 것 없더라도
계절마다 부모님을 찾아가 시간을 보냈습니다.

늘 인색하셨던 아버진데 언젠가부터 힘들때 쓰라고
적어둔 봉투 속에 모아두신 십만원을 주시더니,
예물로 샀던 엔틱한 손목 시계,  필름 카메라, 제가 친구에게썼지만 전달 못 했던 편지와, 제가 고등학교 쯔음 샀던듯한 살아있는동안 꼭 해야할 49가지라는 도서 등
많은 것들을 물려주고 계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여생의 시간이 많이 남지않았다는걸
그때부터 알고계셨던 듯 했네요.

어떤 더운 여름이였어요.
어김없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철수하며 가볍게 아버지의 고향으로 터를 잡은 부모님을 찾았습니다.

아버지는 폐가 몸시 약하셨고 염증에 취약한 몸을 가졌습니다. 실은 안좋았던 초기에 1년을 넘기지 못할거라고 하셨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졌어요.
동의보감을 읽으시며 몸의 변화에 집중하고 식이요법으로 더 오랜시간 가족의 곁을 지키셨습니다.

하지만 약초나 채소는 사람에게 양분이 되어주진 못하였고 점점 더 수척해지며 앙상해지는 아버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파킨슨병을 진단 받고 걸음도 힘든 상태가 악화되었어요.

저는 면허가 없었는데, 아버지는 거동이 힘든 상태로
저와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물고기를 잡으러 가자고 하셨어요.
아부지는 차를 끌곤 시장에 가서 깨묵과 생선대가리를 구해 어망에 담으시더니
냅다 제게 강에 던지라고 시키셨어요.
잡혔는지 아닌지 확인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때는 그런 아부지가 아기같고
너무 귀여워서 계속 웃고 있었답니다.
밭귀퉁이 물웅덩이에 손을 씻으시기에
제가 먹던 생수로 손을 씻어드렸어요
어릴적 어찌 지냈을지 눈에 선해서 또 웃었습니다.



아부지는 논밭을 보며 한참을 서 계셨는데
그때 뒷모습을 선물로 시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순간 풀잎이 바람을 스치는 소리와 서늘한 그늘
맑은 하늘을 잊지못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시간이 멈추는 순간을 경험했어요.

시를 보시곤  어찌 내 마음을 그리 잘 아느냐고  허허 하고 웃으셨어요.


그리고는 그해 9월
시의 답변을 카톡으로 받았습니다.







핸드폰 카톡을 정리하다가 아버지와 나눈 톡을
돌이켜보니 또 소중한것이 나왔네요.


무뚝뚝하던 아빠는 그날 제게 처음으로 쑥스럽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아버지의 아픔은 길었지만
저희 두사람은 생명의 끈이 길어졌던 덕분에
후회 없이 실컷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너무 예쁜 추억을 또 끄적여 봅니다.
여러분 많이많이 사랑합시다!